동갑내기 안내소
KVO통역자원봉사단 23기 (2019. 04 - 현재 활동 중)
정하선
1999년은 아주 특별한 한 해이다. 나와 안내소가 세상의 빛을 본 해이기에. 내가 초중고 시기를 거치며 자라가는 동안, 안내소도 함께 성장했다. 그리고 20년 후, 2019년, 내가 안내소에 문을 두드리며 우리는 처음으로 조우했다.
외국어 배우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영어 전공자가 되었고, 당시에는 휴학생 신분으로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었다. 그리고 배운 외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차에 안내소 봉사자 모집 공고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통역봉사를 시작하게 되었고, 외국인과 내국인으로 매일 매일 북적이는 안내소로 행복한 발걸음을 했다. 서툴어도 최선을 다해 안내해드렸을 때의 뿌듯함, 작은 것에도 연신 고맙다고 외쳐 주시는 분들, 한국을 찾아온 유쾌한 외국 분들과 소통…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원동력이 되었다. 봉사가 너무 즐거워 일주일에 두 번씩 자진해서 나오기도 하고, 안내를 더 잘 하고 싶은 욕심에 인사동 지도를 집에 들고 가서 따로 공부하기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외국어 공부를 하며 자유롭게 외국인을 만나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안내소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안내소는 외국어로의 소통 뿐만 아니라 내게 인생 소통의 장을 열어주었다. 스물 한 살의 나이로 어디를 가나 막내였던 나는 이곳에서 수많은 인생 선배들을 만나게 되었다. 나보다 더 다양하고 많은 경험을 한 동료 봉사자들과 팀장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삶의 조언을 얻으며 나 자신에 대해, 내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단순하게 외국어로 소통하는 기회를 늘리고자 지원했던 안내소 봉사를 통해 그 이상의 것들을 너무나도 많이 배우고 얻었다. 3년 전보다 훨씬 성장했지만 여전히 나는 배울 것이 많다. 그리고 안내소 경험을 통해 계속해서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나와 함께 성장할 안내소가 기대된다.
지난 2년간 코로나에 북적이던 인파와 활기를 빼앗겼지만, 이제 인사동은 다시 생기를 되찾아가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안내소를 찾아오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thank you’, ‘谢谢’,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같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다양한 감사 인사를 들을 때면 코로나 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가슴이 두근거린다. 포스트 코로나 안내소를 함께 할 수 있음에 영광을! Welcome to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