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기 김설현] 나와 너와 우리의 544시간

by congoha posted Feb 2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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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O 통역자원봉사단 13기

(2009. 06 – 2013. 12. 14)

      김설현

                              2012년 작성

 

 

 3년, 544시간이 아주 긴 세월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짧은 시간도 아닐 것입니다. 안내소와 함께한 지난 3년간 이곳은 제게 삶의 활력소이면서 어떤 중심을 제공해주는 장소였습니다. 대학교 2학년 어느 여름날 인사동에서 보낸 첫 하루를 떠올리는 지금도 시작이라는 설렘의 감정과 한복 옷고름을 제대로 맬 줄 몰라 당황했던 다시 떠올리기에 조금은 부끄러운 그때의 감정이 아직까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누군가에게 안내소는 물리적 장소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제게는 사소한 습관의 변화에서 태도, 인식의 변화를 가져다주는 장소 이상의 공간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시작은 인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와 같은 표현은 일상생활에서도 빈번하게 쓰는 인사말이지만 막상 그 말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상대방에게 듣기 어려운 말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고, 이 때문에 봉사활동을 시작했을 당시 이는 어느 무엇보다도 제게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괜히 부끄러운 마음에,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 하는 생각이 마음속에 자리 잡아 어려움을 가중시키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하루 4시간 3년간 습관으로 자리 잡은 덕분인지 어느 순간 이제는 단순히 인사말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감사와 미안한 마음을 느끼고 그 진심의 감정이 입으로 나와 상대방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루 24시간에서 몇 분 때로는 몇 초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 그 짧은 순간에 나누는 안내소 방문객과 봉사자들 간의 반가운 인사,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가져다주는 효과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활력소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세계는 온갖 독특한 습관과 전통, 저마다 다른 간절한 소망 그리고 짐작조차 가지 않는 꿈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인사동 안내소를 방문하는 관광객 중 누군가는 저마다의 꿈을 안고 왔을 것입니다. 이들의 설렘과 희망은 봉사자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투영되고 이런 일련의 감정이 또다시 방문객에게 새로운 꿈을 주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인사동 안내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꿈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